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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에 집착하는 소비자심리, 매몰비용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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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7
조회수 125

20만원을 지불하고 교환이나 환불이 되지 않는 조건의 비싼 구두를 샀다. 매장에서는 마음에 들었던 구두가 막상 신어보니 발꿈치가 까지고 걷기가 힘들다. 몇 번을 시도해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는 이 새 구두를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내 발에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정당화 하며 발이 아픈 새 신발을 계속 신고 다닌다. 왜냐하면 20만원을 버리기 아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로, 뷔페식당에 갔을 때 충분히 배가 불러와 더 이상 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음에도 과식을 하는 경우라든가, 영화가 재미없어도 영화관을 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이미 지불한 금액이 아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을 이성적인 의사결정자로 가정하는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현재의 선택에서 과거에 이미 지불된 비용을 고려하기 보다는 앞으로 발생할 비용과 편익만을 고려해서 대안을 선택할 것으로 가정한다. 앞의 예를 다시보자.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발이 불편한 새로 구입한 구두를 신고 다닐 것인가, 혹은 발이 편한 다른 구두를 신을 것인가의 선택은 매우 간단한 문제일 것이다. 과거에 20만원을 지불했다는 사실은 현재(혹은 앞으로) 신어야 할 구두의 편익과 가치를 판단하는 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선택은 이미 지불된 과거의 비용에 쉽게 영향을 받고 있는 듯하다.

비합리적일 수 있는 인간의 선택행동을 설명하고자 하는 소비자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매몰비용효과(sunk cost effect)로 설명한다. 매몰비용은 과거에 지불이 종료되어 되찾을 수 없는 비용(돈, 시간, 노력 등)을 의미하며, 매몰비용효과란, 앞으로의 의사결정에 관계가 없는 매몰비용을 고려 대상에 넣었기 때문에 (과거에 편향된) 비합리적인 결정을 해버리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심리적 배경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당연히 손실과 이득을 계산하게 되며, 어떤 상황이나 사건에 있어서 손실(적자)로 마감하지 않으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나서 그 만큼의 편익을 누리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그 상황을 손실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지불한 가치를 되찾고자 추가적인 손실(예, 구두를 신을 때 느끼는 통증이나 약값 등의 비용)을 무릅쓰고 본전 생각 때문에 비합리적일 수 있는 선택을 고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선택에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가치들을 투입하게 되면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해도 이전 행동을 지속하려는 경향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심리학적 설명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일관성을 유지(구두구매와 구매한 구두의 사용)하고자하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보여 주고자하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기존의 선택을 번복하는 것은 스스로 과거의 결정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는 셈이 되므로,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고 평판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매몰비용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즉, 매몰비용에 따른 선택의 오류는 이미 지불한 비용을 헛되게 만들지 않기 위해 과거에 연연한 선택을 한다는 것이며, 이는 사람들이 과거에 비용이나 시간, 노력을 더 많이 투자했을수록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매몰비용효과에 의한 의사결정의 오류는 결코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음은 자명하다. 이러한 오류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있을까? 잘못 구입한 구두를 버리지 못하고 신발장에 넣어두지만 일정시간이 지나면 마지막에는 버릴 결심을 하게 된다. 구두에 지불한 비용은 시간이 지나면서 상환된 것으로 간주되거나 기억에서 잊혀지게 되며 비로소 매몰비용효과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현명한 선택을 위해서는 '현재의 선택에서 과거의 일은 잊어버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과거의 지불비용을 희석하거나 소멸시키는 심리적 방략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를'심리적 계정'이라 부른다)을 손실로 마감하지 않으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심리적 계정(mental accounting)을 확장하거나 조정함으로써 손실감을 희석시킬 수도 있다. 예컨대, 구두구매 계정으로 지출한 20만원을 문화비 지출계정 등과 통합해서 본다면 아깝다는 생각이 다소나마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처럼 합리적 선택을 하는 데에도 심리학적 지식은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 Arkes, H. R. & Ayton, P.(1999). The sunk cost and Concorde effects: Are humans less rational than lower animals? Psychological Bulletin, vol.125(5), 591-600.
  • Soman, D. & Cheema, A.(2001). The effect of windfall gains on the sunk cost effect, Marketing Letters, vol.12(3), 51-62.
  • Thaler, R. H. (1985). Mental accounting and consumer choice, Marketing Science, vol.4, 199-214.


글. 김재휘

현재 중앙대학교 심리학과의 교수이며, 한국심리학회 48대 학회장으로서 활동 중이다. 중앙대 심리학과를 졸업하였고, 일본의 도쿄대학에서 사회심리학 전공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