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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불안 극복하기

작성자
2025-03-29
조회수 249


“이번에는 꼭 잘해야 할 텐데…”

정과장은 내일 있을 회의가 너무 두렵습니다. 당장 여러 높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했던 성과를 발표해야 합니다. 

자신의 업무 결과가 다른 이들의 비웃음을 살 것 같다는 생각이 습관처럼 듭니다. 나를 바라보는 수십 개의 눈앞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자신을 상상하면 가슴이 답답해 잠도 오지 않을 지경입니다.

해야 할 것들을 정리해 몇 번이고 발표 자료를 점검하고, 리허설을 해 보지만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발표 상황을 생각하면 머릿속이 갑자기 하얗게 되면서, 당장 무얼 더 준비해야 할지 막막해지기만 합니다. 

부장님이 또 혼을 낼 텐데, 그러니까 이전보다는 더 잘해 가야 하는데. 밤이 깊어 가며 두려움도 더 깊어만 갑니다.

현대사회는 자기 PR의 시대입니다. 자기표현의 방식도 다양해져서 SNS,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저마다의 의견과 주관을 이야기해야 하는 기회도 점차 늘어납니다. 반대급부로 이런 상황을 고통스러워하는 이들도 늘어났지요.


발표 불안은 수행 불안(performance anxiety)의 일종입니다. 수행 불안은 시험, 발표 등의 활동을 할 때 생겨나는 긴장과 불안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타인들 앞에서의 발표를 두려워합니다. 사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나는 가수다>나 <불후의 명곡>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수십 년 동안 무대에 선 베테랑 가수들도 무대 뒤에선 여지없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불안을 흘려보내지 못하고 사로잡히게 될 때, 우리는 발표 불안의 덫에 걸리는 셈입니다.

발표 불안을 느끼는 이의 마음에는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 있습니다. 

대인관계에서 느끼는 고통의 또 다른 형태이지요. 또 발표하는 상황, 그리고 발표를 할 때 청중들의 시선 등에 대한 과한 의미 부여를 습관적으로 하게 될 때, 몸과 마음은 더욱 불안의 늪으로 빠져듭니다. 

정과장의 경우처럼 반드시 잘 해야 돼, 하는 압박감도 마음이 흔들리게 하는 요소입니다.


사진_ freepik사진_ freepik


발표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발표 불안 극복하기, 네 가지 꿀 팁!


1. 사람들은 사실 나를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

발표를 막상 할 때는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을 주목하는 것 같아요. 내가 떠는 것, 실수하는 것 하나하나 다 집어 낼 것만 같은 두려움이 듭니다.

발표 불안에서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명제가 있습니다. 사실, 사람들은 타인을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내가 발표자가 아닌 청중으로 앉아 있다 생각해 볼까요. 막상 나는 발표자를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일거수일투족을 다 관찰하지 않아요. 

발표자를 보다가, 잠깐 다른 생각을 하다가,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보다가, 또 스마트폰의 메시지도 잠깐 체크하기도 하지요. 

주의가 100% 발표자에게 가는 일은 없습니다. 설령 긴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해도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아요. 

발표자보다 잠시 후 먹을 점심 메뉴가 더 중요하니까요. 나의 모습, 나의 행동이 관찰당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해요.



2. 80% 정도의 성공, 너무 완벽해지려 하지 말자

우리는 준비한 발표의 100%를 다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준비한 발표에 비해 80% 수준, 즉 약간은 못 미치는 발표를 할 수밖에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완벽주의는 발표자에게 맹독과 같습니다.

물론 욕심 같아서는 150%, 200%를 해내고 싶을 거예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선보인 그 유명한 발표처럼, 청중의 관심을 확 잡아끌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발표 상황은 그리 극적이거나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 우리 몸과 마음은 출렁이는 파도와 같아서, 항상 일관적인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어요. 

그날의 기분이나, 온갖 요소에 의해 돌발 상황은 언제든지 나타납니다. 그런 요소들을 인정하고, ‘80%만 하자.’는 생각으로 임할 때 유연한 대처와 여유가 생겨나요. 발표가 불안할 때는 힘을 좀 빼야 합니다.



3. 발표의 진짜 목표가 무엇인지 기억하기

당신이 하는 발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완벽하고, 빼어난 발표를 해서 발표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걸까요? 

사실 발표의 본질은 ‘내용 전달’입니다. 발표의 진정한 목표는 내가 준비한 내용을 다 이야기하고,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나오는 내용을 빠짐없이 설명하고 오는 겁니다. 

청중의 감동을 끌어내거나, 마음을 바꾸고 설득하는 효과는 그렇게 되면 좋은, 일종의 덤인 셈이지요. ‘내용 전달만 잘하고 오자.’는 마음가짐은 압박감에서 벗어나게 도와줍니다.



4. 불안을 숨기려 하지 말아요: 광고 기법

발표 시 불안을 꼭 숨겨야 할까요? 얼굴이 붉어지고, 손이 떨리는 자연스러운 생리 반응을 숨기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불안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면 우리 몸과 마음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우리 뇌는 우리가 힘들어하는 대상을 경계합니다. 생존을 위해서지요. 발표가 불안하다면, 발표 상황 내내 몸과 마음이 긴장을 유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불안을 스스로 기꺼이 드러낸다면, 역설적으로 뇌는 경계를 풀게 됩니다. 

발표를 시작할 때 자신의 떨림을 먼저 밝혀 봅시다. “저는 사실 발표가 익숙지 않습니다. 좀 떨리네요.”, “많은 분을 모시고 발표하게 되니 긴장이 됩니다. 좀 떨어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라는 식으로 너스레를 떨어 보는 거예요. (물론 사람들은 그 말을 신경조차 쓰지 않겠지만) 

스스로 ‘불안함을 보이면서 발표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그 불안에 대한 이차적 불안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를 광고 기법이라 합니다.


“불안하면 뭐 어때? 누가 이상하게 보면 좀 어때?”

여기가 제일 중요한 대목입니다. 누가 나를 이상하게 보는 게, 발표할 때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 게 그렇게 끔찍한 일일까요? 

물론 긴장하며 발표하는 모습을 타인에게 보이는 건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입니다. 하지만 누가 나를 이상하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은 따지고 보면 내 삶에서 그리 큰 덩어리가 아닙니다. 

설령 발표를 망친다 해도, 긴 삶을 걸어가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아주 짧은 순간의 경험일 뿐이에요. 어찌 됐든 발표는 끝납니다. 그 결과가 어떻든, 사실 그 경험은 나를 금세 스쳐 갑니다.

불안하면 뭐 어떻고, 누가 나를 이상하게 보면 좀 어때요? 이 말을 자주 되뇝시다. 우리는 모든 이에게 인정받을 수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어요. 

인간이 본질적으로 불완전하듯, 발표도 그러합니다. 완벽한 발표는 어디에도 없다는 걸 꼭 기억해야 합니다.


출처 ::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의학과 전문의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2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