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HOME > 센터소식 > 전문가칼럼

ADHD, 진단과 경계 너머의 이야기

작성자
2025-04-11
조회수 136


 


일러스트_freepick일러스트_freepick


 종종 약속을 잊거나, 물건을 잃어버리고, 충동적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나, ADHD일까요? ADHD의 대표적인 특성이 산만함, 부주의, 충동성이라곤 하지만 이 정도의 경험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럼 과연 어디까지가 질병으로서의 ADHD일까요? 우리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단과 치료를 받습니다. 신체 건강 문제는 일반적으로 명확한 증상과 진단 기준을 바탕으로 치료가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ADHD와 같은 정신 건강 문제는 진단과 치료에 보다 복잡하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ADHD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개인의 특성과 환경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는 데에는 더 세밀한 판단이 요구됩니다.

 ‘ADHD 유무’를 명확한 경계로 구분하기 어려운 점 때문에 최근에는 ADHD를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스펙트럼의 개념으로 이해하려는 접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ADHD를 질병이냐 아니냐로 나누는 대신, 연속선상의 스펙트럼 개념으로 이해하려는 관점입니다. ADHD를 진단받은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단순히 이분법적으로만 구분하기에는, ADHD로 진단받은 아이들은 각기 다른 특성과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ADHD의 특징과 문제 행동의 양상이 개별적으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단순히 'ADHD 유무'만으로 그들을 정의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ADHD의 특성이 얼마나 강하게 나타나며, 그것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스펙트럼 속에서 ADHD를 바라본다는 것은 진단의 목적이 단순한 낙인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정도를 구분하는 데 있다는 걸 뜻합니다. ADHD 진단은 결국 "이 특성들이 개인의 삶에 큰 어려움을 줄 만큼 심각한 수준인가?"를 판단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ADHD = 질병"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적절하지 않고 "특정 기준선을 넘으면 임상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스펙트럼적 이해를 하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더구나 이제는 ADHD를 단순한 질병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해하려는 시각이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즉, ADHD는 본질적으로 비정상이라기보다는, 사회적 기준과 환경에 따라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특성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 아이들의 ‘문제 행동’이 ADHD로 진단받고 ‘고쳐야 할 문제’로 여겨지는 시각만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사진_freepick사진_freepick


 최근 ADHD를 바라보는 주요 흐름 중 하나는 신경다양성이라는 개념입니다. 신경다양성은 "인간의 뇌 발달과 기능은 원래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어떤 뇌 특성도 '정상/비정상'으로 나눌 수 없다"는 관점입니다. ADHD 역시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질병'이 아니라 신경계의 자연스러운 변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사회는 장시간 집중하여 학업과 업무를 수행하고, 정해진 규칙과 시간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주의산만함이나 충동성이 더 큰 문제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만약 교육과 업무방식이 보다 자유롭고 움직임을 허용하는 형태였다면, ADHD로 진단받는 사례가 지금보다 적지 않을까요? ADHD 특성 중 일부는 창의성이나 문제 해결 능력과도 연결될 수 있지만, 이러한 강점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기도 합니다.

 ADHD를 스펙트럼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것은 단순히 '질병 진단'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특성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ADHD 진단은 '다른 사람과 다름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어려움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기회'입니다. 만약 ADHD 특성이 어린 시절부터 나타났고, 현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진단을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고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자신의 강점을 알아차리게 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우리 아이가 혹은 내가 물건을 잃어버리고, 지각을 하고, 충동적으로 말실수를 했다면, 그 원인이 ADHD 특성과 관련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내 삶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ADHD 진단은 '병'이나 '문제'를 단정 짓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와 나를 이해하고 필요한 지원을 찾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출처 :: 정신의학신문 ㅣ 서울온 김종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58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