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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장애의 원인과 스트레스의 관계

작성자
202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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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freepik일러스트_freepik


 이번 시간에는 기분장애의 발생 원인과 스트레스가 기분장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특히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 그리고 스트레스에 대한 개인의 반응성이 기분장애 발병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기분장애의 원인

 기분장애의 발생에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양극성 장애의 경우 유전적 요인의 관여가 크다고 알려져 있으며, 단극성 우울장애는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유전자와 환경이 단순히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입니다.

 유전적 요인이 환경적 요인을 좌우하는 현상은 흥미로운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외부적인 스트레스 요인은 분명 환경적인 인자이지만, 개인이 특정 외부 사건을 스트레스로 인지하는 정도는 상당 부분 유전적인 성향에 의해 결정될 수 있습니다. 즉, 동일한 환경 조건에서도 어떤 사람은 쾌적함을 느끼는 반면, 다른 사람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처한 환경 자체가 축복인지 고난인지 여부가, 객관적인 환경 요소보다는 그 환경을 받아들이는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욱이 우울증 발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주변의 지지와 도움 역시 유전적 요인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도움을 요청하고 지지를 얻는 능력은 개인의 타고난 기질, 즉 유전적 성향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어려움을 겪을 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과, 기질적으로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잘 못하는 사람은 주변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도움의 양과 질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선천적인 기질이 오히려 자신의 환경을 불리하게 만드는 상황 또한 흔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울증 발병과 어린 시절의 양육 경험 간의 연관성 또한 간과할 수 없습니다.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양육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은 우울증에 취약하지 않은 경향을 보입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이러한 양육 환경의 질 또한 부모와 아이의 유전적 특성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성격 및 양육 방식, 그리고 아이의 타고난 기질은 상호작용하며 양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므로, 때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요인들이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기분장애의 발병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여 불리한 조건을 형성했을 때 발생하기 쉽습니다. 비록 불리한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더라도, 환경적 요인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최악의 상황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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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서 기분장애, 특히 우울증과 스트레스의 밀접한 관계에 대해 더 자세히 논의해 보겠습니다. 스트레스는 기분장애 발병의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이미 발병한 기분장애의 경과와 치료 반응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기분장애와 스트레스의 관계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경향을 보입니다. 실제로 우울증이 발병하면 신체적인 질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증 환자에게서 백혈구 수치가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되는데, 이는 마치 감기나 간염과 유사한 신체적 증상(나른함, 피로감 등)을 유발하며 염증 반응과 관련이 있습니다. 백혈구 외에도 사이토카인, 인터루킨-6, CRP(C-반응성 단백) 등의 염증 물질 수치가 상승하는 것이 확인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항우울제 치료를 통해 우울 증상이 호전되면 이러한 염증 물질 수치 또한 감소하여 염증 반응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이토카인 수치가 높은 우울증 환자의 경우,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치료 저항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시절의 환경 또한 성인이 되었을 때 스트레스에 대한 과민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사이토카인 수치는 현재 겪는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스트레스, 심지어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스트레스의 영향까지 반영합니다. 장기간에 걸쳐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신체는 쉽게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체질로 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렸을 때 건강이 좋지 않았거나 신경질적인 성향을 보였던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스트레스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스트레스 자체가 스트레스에 민감한 체질을 형성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똑같이 힘든 경험을 하더라도,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반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훨씬 더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항상 부정적인 결과만을 초래하는 것은 아닙니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험이 반복되면 스트레스에 대한 과민성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강화되어 더욱 강하고 회복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긍정적인 감정과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심신의 건강에 유익하며,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어떻게 마음먹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스트레스의 부정적인 영향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공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기 때문에 성공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부정적인 측면에 일일이 반응하기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하려는 마음가짐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나중에 성공할 확률이 더 높았으며, 행복은 우리가 목표를 더 쉽게 달성하도록 돕는 긍정적인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만성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통증이 감소하기 전에 긍정적인 감정 상태가 먼저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적절한 수준의 스트레스는 오히려 뇌를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트레스 저항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스트레스에 노출된 후,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경험해야 합니다. 어린 시절의 과도한 스트레스는 HPA 축을 과민하게 만들어 쉽게 상처받고 우울증에 취약한 체질을 형성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적절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점진적으로 극복해 나가면서 성장하게 되면, 오히려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과 스트레스를 받은 후의 회복력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기분장애의 발병과 경과에는 유전적 취약성, 환경적 스트레스, 그리고 스트레스에 대한 개인의 반응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적절한 대처 방식을 통해 스트레스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건강한 정신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지속적인 기분 변화나 스트레스 관리의 어려움을 느낀다면, 정신 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주저하지 마십시오. 


출처 :: 정신의학신문 ㅣ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5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