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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할 때 술을 마시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작성자
2025-06-10
조회수 36

 

 술은 뇌에 직접 작용해서 진정, 항불안, 근육이완 효과를 일으킵니다. 정신과에서 처방하는 안정제와 실제로 유사한 작용을 하기 때문에 순간적이지만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또한 술은 도파민 분비를 통한 사회적 유대감, 기쁨 등을 증폭시키는 작용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술을 찾게 되는거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긴장을 풀거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술을 찾습니다. 또 ‘힘들면 술 한잔 하고 잊어.’라는 말들, 여러 영화나 드라마들에서 고뇌에 가득찬 주인공이 술 잔을 비우는 장면들, 이 모든 것들을 미디어에서 흔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나의 정서적 어려움을 술로 해결할 수 있겠구나’ 생각을 가지게 되는 거죠.

 하지만 술이 가지는 불안에 대한 효과는 빠르게 사라집니다. 오히려 술이 대사되면서 술을 마시기 전보다 더 심한 불안감이 나타날 수도 있죠. 또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내성과 의존성의 문제가 더욱 커지기 때문에, 같은 안도감을 얻기 위해서는 더더욱 많은 술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렇게 음주량이 늘면 늘수록 반동은 더욱 커질 것이고, 이렇게 술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다보면 뇌는 불안감, 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감정에 더욱 민감해집니다. 지금 술에 취해 있지 않더라도, 나는 이전의 나보다 더 우울하고 불안해질 수 있는 것이죠.

 장기적으로 음주량이 과도하거나, 그 빈도가 늘어날수록 우울장애나 불안장애 발병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알코올은 뇌의 감정조절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 뿐 아니라 정상적인 대사과정을 방해하여 우울증 발병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하죠. 또한 술은 우리 머리에서 억제를 담당하는 영역을 마비시키고, 우리를 더욱 충동적인 상태로 만들죠. 이런 문제로 인해 사회적 관계가 악화된다던지, 심할 경우에는 법적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들이 우리의 생활에 더욱 심각한 어려움을 준다는 건 명확한 사실입니다.

 술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만, 확실한 건 과음, 폭음은 좋지 않습니다. 과도한 음주는 우울, 불안, 충동적인 행동, 자살위험성 등 다양한 정신건강문제와 강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절대적으로 좋지 않죠.

 적당히 마시면 정신건강에 더 좋지 않냐구요? 물론 그런 연구결과들이 있기도 하지만,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적당히 마시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술에 취하기 시작하면 스스로를 억제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말씀드렸죠? 이로 인해 술을 마실수록 음주충동에 더욱 취약해지게 됩니다. 게다가 술은 뇌의 보상시스템을 자극해서 더욱 더 술을 찾도록 만들죠. 적당히라는 게 이렇게 어렵습니다.

 음주는 정신건강 문제 뿐 아니라, 신체적인 건강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칩니다. 2023년 세계보건기구에서 ‘건강에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여러 국가에서 나온 음주 권고안을 보면, 술은 하루 2~4잔 이하를 마시도록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 1잔의 기준은 뭘까요? 저 1잔은 순수 알코올 10g을 의미하고, 우리나라의 16.9% 희석식 소주로 환산을 해보면 60ml, 그러니까 1/6 병 정도입니다. 소주 1병 마신 상태가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에서는 많은 음주량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세계 각 국의 음주 권고안에 따르면 이미 과음을 하신 거죠.

 술은 우리가 심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처방입니다. 의사를 만나 처방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집 주변 어디서나 24시간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술에 의지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해결하고자 하다가, 우리는 더 큰 어려움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큰 어려움을 이겨낼만큼 더 술을 마신다면, 당장은 위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욱 더 큰 어려움이 또 우리를 기다릴 겁니다.

 술은 맛과 향, 그리고 알코올의 작용 등 우리의 삶에 여러 긍정적인 요소들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결코 스트레스, 정신적 고통을 치료해주는 치료제가 될 수는 없습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술로 답답함만 달래다가 병을 키우지 마시고, 전문적인 도움을 꼭 구해보시길 바랍니다.


출처 :: 정신의학신문 ㅣ 김영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5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