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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그 낭만과 책임의 딜레마

작성자
2024-08-23
조회수 1382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사랑을 나누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외도(外道)라고 말한다. 바르지 않은 행동이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외도를 왜 바르지 않은 행동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했기 때문일까?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도 많은 대상을 사랑하며 살아왔다. 심지어는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기 탤런트까지도 바꿔가면서. 그런데 결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한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해야 한다면, 어쩌면 결혼이라는 건 소설 제목에서처럼 미친 짓일지도 모르겠다.


 결혼을 했던 안했던, 우리는 남녀가 얼마든지 자유롭게 만나 교제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유능한 여성들의 사회진출도 남성들의 외도에 한 몫을 한다. 영화나 텔레비젼 드라마를 통해 다루어지고 있는 외도의 문제도, 그 안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든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일탈을 꿈꾸게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예전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광고문구가 대히트를 쳤던 적이 있는데, 이처럼 사랑에 대한 정의나 사람에 대한 안목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바뀔 수 있다. 그러니 이러한 자극적인 환경 속에서 오로지 결혼한 배우자만을 바라보며 살아간다는 것은 웬만한 정신수양이 아니고는 이루어내기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결혼기대와 실제간의 차이에서 오는 좌절감, 결혼생활이 한 두해 지속되면서 나타나는 권태로움, 끊임없이 고개들고 나타나는 부부갈등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성관계 등도 외도의 또다른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외도중인 한 남성이 '현재의 권태로운 부부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 외도가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하는 발칙한(?) 변명을 둘러댔던 적이 있다. 어쨌거나 외도의 원인에 대해 논하자면, 그 원인을 자극적인 사회환경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이지 못한 부부관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에 대한 사랑을 외도라고 부르든 어쨌든 사랑 그 자체가 문제시되지는 않는다. 세상을 움직이고 국경을 초월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던가. 그러나 '외도'라고 하는 사랑 유형을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성숙한 사랑이 갖추어야 할 '책임'의 부재 때문이다. 결혼 외 관계에서는 책임이 수반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자녀를 낳아서 기른다거나, 돈을 벌어다 준다거나,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이 있다거나, 미래를 위한 계획 같은 것들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도는 부담없이 즐기기만 하면 되는 낭만적인 관계일 수밖에 없다. 


 낭만적인 사랑은 우리에게 무엇을 제공하는가? 외도로서 나누는 사랑은 과거와 현재만 있을 뿐 미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외도는 사랑이 주는 유익만을 취하려는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발상에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이란 열정과 친밀함 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책임과 신뢰를 지켜나가는 것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크고 성숙한 사랑을 완성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외도를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책임이 배재된 사랑은 성숙한 성인으로서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남성들에게는 매우 관대하고 허용적이다. 아내도 남편과 마찬가지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동일한 자극과 동일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므로, 만일 현재의 결혼관계에서 열정과 친밀감은 사라지고 책임만 남아있다면, 그로 인한 남편의 외도는 아내와 견주어 볼 때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으며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아내 편에서는 더 이상 결혼관계를 지속시킬 근거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낭만적 사랑이 주는 바늘구멍 만한 유혹이 가족이라는 댐을 무너뜨릴만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남편의 외도에 대해 아내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혼을 할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고 참고 살 것인가? 남편의 성숙하지 못한 사랑 때문에 아내가 치뤄야 할 대가는 그리 만만치가 않다. 만일 이혼을 선택한다면, 스스로 생활해 나갈 수 있는 경제적 독립, 이혼녀라는 낙인을 견뎌낼 수 있는 사회적 독립, 외로움을 견뎌낼 수 있는 감정적 독립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혼 대신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바란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수용적인 태도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실추된 배우자에 대한 신뢰는 쌓아가기 보다 몇 배 더 힘들뿐만 아니라, 감정은 때로 이성이 통제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그러므로 어떤 선택을 하든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남편의 외도가 한때 지나가는 바람 정도로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남편이 지금의 결혼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어느 정도나 있는지, 남편의 외도를 통해 서로에 대해 무엇을 알게 되었으며 또 이를 계기로 우리 부부가 성장할 수 있는 여지는 없는지, 남편의 외도 사실을 나는 얼마나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는지 등등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결혼관계는 사랑으로 출발해서 끊임없이 사랑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지금 당장 보다 앞으로를 내다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지 않을까?